창세기 2.0 요약정보 및 구매

과학은 지구에 존재하는 다망한 중의 하나에 불과한 인간을 세상의 지배자의 위치에 올려 늘었지만, 최후까지 신의 영역으로 남겨놓은 것이 있다. 바로 생명 창조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용 자신의 상상력이 허락하는 안에서 생명을 참조하는 신의 역할을 욕망해 왔다. 예술은 그러한 인간의 욕망이 판타지의 형태로 발현된 최고의 무대였다. 죽은 시체 조각을 모아 괴물 인간을 창조한 프랑켄타인 박사는 전통적인 신의 역할을 접수한 최초의 대충적 캐릭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은 불완전한 신이었다. 예술은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욕망을 불경스럽게 여겼고 그에게 미친 과학자 mad scientist라는 오명을 부여했다. SF영화의 중요한 하위 장르로 정착한 '미친 과학자' 플롯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인간과 과학에 대한 예술의 경고와도 같은 하위 장르있다. 20세기 초반에 공상에 가까웠던 '생명창조 과학' 플롯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과학의 영역으로 한걸음 더 진입한다. 리틀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 시리즈나 스티븐 스버그 감독의 <쥐라기 공원> 시리즈는 생명을 창조하고 통제하려는 백색 과학(white science)의 열망을 보다 실감나게 보여준 영화다. <창세기2.0>의 홍미로운 점은 이러한 인간의 오랜 욕망을 픽션, 판타지의 영역에서 완전한 현실의 영역으로 이동시켰다는 데 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이다. 지구 은난화로 인해 영구 동토증이 녹으면서 북극의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멸종된 매머드 사체가 발견되고, 전세계의 매머드 사냥꾼들은 엘도라도에 비견되는 화이트 골드(매머드 상아)를 찾아 뉴시베리아의 섬으로 물려든다. 매머드의 살과 피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사체가 발견되면서, 매머드 부할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흥분한 과학자들이 사냥꾼들의 사업에 개입한다. '과학과 신화', 문명과 황야'라는 이항대립 사이에서 예민하게 진등하는 이 영화는 크리스티안 프라이와 막심 아르부가에브 두 감독의 창조적인 역할 분담이 돋보인다. 막심은 북극의 시베리아에서 화이트 골드를 찾아 헤매는 사냥꾼들의 한 시즌을 기록하고, 크리스티안은 미국과 아시아의 합성생물학 실험실에서, 생명체의 DNA를 복제하고 인간 게놈을 수치화하여 빅데이터를 얻는데 분주한 급진적인 과학자들을 따라간다. 영화에는 묘한 흥분과 두려움의 분위기가 떠돈다.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제시되는 두 공간은 극단적으로 대조된다. 원시시대 수럽인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북극의 매머드 사냥꾼들은 매머드 사체를 접촉한 이들에게 불운이 닥친다는 터부에 영향 받는 시적이고 신화적인 공간에 존재한다. 반연 신의 불완전함마저 극복한 완벽한 신을 꿈꾸는 실험실의 과학자들은, 빅데이터가 가져올 미래사회의 빅픽처를 그리는 시간 속에 거주한다. 급기야 이들의 욕망은 현대과학 최대의 스캔들이 된 황우석 박사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최대한 신중하게 관찰자의 위치를 고수하지만, 영화가 다루는 소재의 특성상 논쟁은 불가피하다. 꺼졌던 논쟁에 다시 불이 넣고, 영화는 조용한 목소리로 과학적 욕망이 가져올 미래사회에 대한 윤리적, 사회문화적 논쟁에 시위를 당긴다. 관객은 이 치열한 논쟁의 테이블에 초대된다. (맹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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